내가 처음 돈을 번 건 19살 때였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피자를 굽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가끔은 계산대에도 섰다. 시급은 8~9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일을 시작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학교 2학년 회계 시간에 발표를 해야 했는데, 그때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너무 영어를 안 하고 살았구나.’ 그래서 일부러 낯선 환경에 나를 던져보자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던 이민자들이었다. 점심시간마다 그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경험은 내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성적이나 일자리만 생각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이 내 안에서 기준이 되어줬다.

지금 돌이켜보면, 돈은 단순히 버는 게 아니었다. 그 안에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내가 조금씩 변해온 과정이 담겨 있었다. 그때 배운 건 지금까지도 내 안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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